1970년대 한국의 사이키델릭 록에 관한 연구

-신중현의 작품을 중심으로-

 

함춘호1, 조태선2*

1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2청운대학교 실용음악과

 

A Study on the 1970's Korean Psychedelic Rock

(focusing on Shin, Joong-hyun)

 

Chun-Ho Ham1, Tae-Seon Cho2*

1Dept of Applied Music, Seoul Theological University

2Dept of Applied Music, Chungwoon University

 

 

요  약  대중음악은 천한 것으로 여겨져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였고 이와 관련한 연구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의 음악교육은 전통음악을 제외하고 나면, 역사, 이론, 실연에 관한 모든 분야가 외국의 사례를 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비로소 이 분야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선 비교적 가까운 역사인 미 8군으로 부터 시작된 밴드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그 중심에서 가장 큰 활약을 했던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시작점으로 하였다. 신중현의 편곡 기법이나 화성을 사용하는 방식은 미국의 것을 가져왔으나 선율 자체는 우리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그의 음악은 그 당시는 물론 시대를 뛰어넘어 후배 음악가들에 의해 계속 연주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비록 일부분에 한정되어 있지만 본 연구는 우리 대중음악 역사의 한 장면을 되짚어보고 이에 관한 자료들을 남겨서 후배들에게 우리 대중음악의 뿌리를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한다.

 

Abstract  The study of popular music in Korea has been looked down on in terms of its academic value, which has led to the demise of research into this topic. Unlike classical music, all areas of study of pop music (history, theory, and performance) in Korea inevitably rely on curriculums and courses in foreign countries. This study focuses on the era of the Eighth U.S. Army when modern band music first arose in Korea to discuss the important role played by Shin Joong Hyun's Psychedelic music style. Shin Joong Hyun's new approach to arranging and harmonizing included the qualities of Western music, but kept the melody lines of our own traditional style. Shin Joong Hyun's music is still being played by today's musicians decades later and it definitely deserves to be praised for generations to come. Although this study only covers a limited portion of our pop music history, its purpose is to provide future generations of musicians with knowledge on the roots of our pop music culture.

 

Keywords : Shin Joong Hyun, psychedelic rock, LSD, hippie, Kim Choo Ja, Kim Jung Mi

1. 서론

1.1 연구의 목적

최근에 들어 대중음악 또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대학을 비롯한 전문 교육기관과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대중음악은 천한 것으로 여겨져 학술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연구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게다가 방송국이나 신문에서 기사화 된 것들을 제외하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발매된 음반이나 녹음 당시의 마스터 테이프 등 음원 또한 제대로 보존된 것은 그 수가 매우 적으며, 그나마 있는 자료들 중에서도 음악을 담당했던 연주자에 관한 정보까지 담겨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학술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중음악은 여전히 그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커다란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음악교육은 전통음악을 제외하고 나면, 역사, 이론, 실연에 관한 모든 분야가 외국의 사례를 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의 뿌리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비로소 이 분야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선 비교적 가까운 역사인 미8군으로 부터 시작된 밴드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그 중심에서 가장 큰 활약을 했던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시작점으로 하였다. 비록 일부분에 한정되어 있지만 본 연구는 우리 대중음악 역사의 한 장면을 되짚어보고 이에 관한 자료들을 남겨서 후배들에게 우리 대중음악의 뿌리를 조금이나마 알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2. 본론

2.1 사이키델릭 록

사이키델릭이라는 용어는 환각제를 사용한 정신과 치료의 방편으로 1957년 정신과 의사 험프리 오스몬드(Humphry Osmond)에 의해 처음 명명되었다. 그는 영국의 작가 앨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와 함께 LSD의 효과를 묘사할 단어를 찾다가 그리스어인 ‘psyche’(영혼)와 ‘delein’(확실하게하다), ‘deloun’(드러내다)라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psychedelic’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1]   

사이키델릭 록은 록 음악의 한 종류로 애시드 록, 드러그 록 또는 그냥 사이키델릭 이라고도 한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현란한 조명효과에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연주하는 것 같은 환각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2] 

사이키델릭 록은 노래에 담겨있는 메세지와 그것을 표현하는 사운드 및 조명을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환각 상태에 빠진듯한 착각을 극대화 하는 것을 지향한다. 때문에 약물을 찬양하는 음악으로 오해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사이키델릭 록은 음악의 한 장르라기보다는, 환각제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의식의 확장’이라는 체험을, 약물 대신 음악으로 재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3]

신중현은 김정미를 통해 사이키델릭 음악을 실현하고자 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펄 시스터즈나 김추자를 통해서 시도한 바 있었으나, 김정미의 음악은 신중현이 1970년대 초반 히피들에 의해 환각을 직접 체험한 이후 창작한 진짜 사이키델릭 이었다.[4] 특히 김정미의 4집 [NOW]는 현란하고 자극적인 사운드 및 외향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내면의 해방을 추구하는 진정한 사이키델릭을 실현한 수작이다. 대부분 신중현이 작곡한 김정미의 음악들은 사이키델릭 록으로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5]


2.2 곡 분석

2.2.1 햇님 : 김정미

Fig.1 은 intro의 두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가 두 마디 패턴의 리프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기타 2의 16 beat 스트로크는 강박에만 악센트를 넣으며 잔잔하게 연주하고 있는데 찰랑거리는 물결이나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연상하게 한다. 기타 1은 그 위에서 느긋한 선율 로 허공을 떠다니는 듯이 연주되고 있는데 이 두 마디 패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 준다.


Fig. 1. intro 2 bar


Fig. 2. verse 8 bar

Fig.2 는 verse의 여덟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Fig.1 의 두 마디 패턴위에 노래가 나오는데 멜로디에 사용된 리듬 또한 두 마디 패턴을 이루고 있으며, 제 2, 4, 6, 8 마디는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여백의 미를 만들어냈다. 이 부분에서는 기타 1이 제 3, 4박을 채우며 멜로디와 주고받는 듯한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Fig. 3. chorus 4 bar

 

Fig. 4. chorus 4 bar(4/4)


Fig.3 은 chorus의 네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chorus 가 단 네 마디로 이루어진 것도 독특하지만 이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간의 흐름을 잠시 틀어놓은 것 같은 편곡에 있다. 두 마디 패턴의 흐름을 유지하다가 제 3마디에 D 코드를 두 박자 더 채워 넣으며 다음에 나오는 C 코드가 나오는 부분을 두 박자 밀어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Am 코드를 두 박자로 마무리하며 네 마디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Fig.4와 같이 제 2마디를 6/4박자로, 제 4마디를 2/4박자로 볼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두 마디 단위로 흐르는 리듬의 규칙성을 일시적으로 비트는 편곡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왜곡시킨듯한 느낌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2.2.2 봄 : 김정미

이 곡에서는 빨갛게 꽃이 피는 곳, 노랑나비, 새파란 나무가지, 노랑새, 흰 구름, 파란 바닷가 등 유난히 색을 표현하는 노랫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사이키델릭 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곡은 <햇님>과 더불어 김정미 특유의 창법에 건조함을 극대화한 발성을 보이고 있다.[6]    


 빨갛게 꽃이 피는 곳 봄바람 불어서 오면

 노랑나비 훨훨 날아서 그곳에 나래접누나

 새파란 나무가지가 호수에 비추어지면

 노랑새도 노래부르며 물가에 놀고 있구나


 나도 같이 떠가는 내 몸이여

 저 산 넘어 넘어서 간다네

 꽃밭을 헤치며 양떼가 뛰노네 

 나도 달려 보네

 저 산을 넘어서 흰 구름 떠가네

 파란 바닷가에 높이 떠올라서

 멀어져 돌아온다네

 생각에 잠겨있구나 봄바람 불어오누나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봄봄 봄 봄 봄이여


Fig. 5. verse 4 bar

Fig.4 는 verse의 네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4/4 박자에서 한 박자를 둘로 나누면 8분 음표 두 개가 생기며 각각 강, 약의 악센트를 갖는다. 한 마디에 8분 음표는 여덟 개가 되므로 강 약/ 강 약/ 강 약/ 강 약/이 되지만 이 경우는 음표를 세 개, 세 개, 두 개의 단위로 묶어서 강 약 약/ 강 약 약/ 강 약/이 된다. 결국 제 3박을 제 2박의 약박의 자리로 당겨오는 형태가 되면서 조급한 느낌이 형성되었다. 특히 드럼은 하이햇과 림 클릭만으로 연주하여 무게감을 줄이 고 리듬을 빠르게 전개하여 허공을 떠도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Fig. 6. chorus 4 bar


Fig.6 은 chorus의 네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멜로디와 리듬섹션의 악센트를 강 약 약/ 강 약 약. 강 약/으로 일치하여 속도감을 줄이고 잠시 멈춰있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 부분의 가사는 ‘꽃밭을 헤치며/ 양떼가 뛰노네’로 봄이 의미하는 이상향의 세계에 다다랐음을 나타냈다. 코드 또한 D, A를 사용하여 메이저의 분위기로 전환하였다.


Fig. 7. bridge 8 bar ~ chorus 8 bar

Fig.7 은 bridge의 여덟 마디부터 chorus의 여덟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신중현의 마이너 곡에서는 스케일의 여섯 번째 음을 반음 높여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곡 또한 Em key의 여섯 번째 음을 반음 높인 C#이 나온다. 그러므로 원래의 조성에서 4도 화음인 Am가 A로 변하였다. 이것은 Em key에서 E key의 4도 메이저 화음 A를 차용한 모달 인터체인지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음계는 으뜸음인 E의 입장에서 보면 도리안 모드가 되고, 결국 일곱 번째 음인 D의 입장에서는 이오니아 모드가 된다. 즉, D key가 되는 것이다. chorus가 시작되는 제 9마디부터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마치 D key로 전조된 효과를 내고 있다.


Fig. 8. ending


Fig.8 은 노래 마지막 소절을 나타낸 것이다. 김정미의 보컬 테크닉 중 바이브레이션은 음폭과 주기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게다가 상당히 넓은 음폭을 안정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마치 오르간의 모듈레이션과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마지막 소절의 바이브레이션은 현실에서 벗어나, 이 곡에서 봄이 의미하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이미지를 나타내는 듯하다.


2.2.3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 김추자

Fig.9 는 verse의 네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세 번째 마디의 베이스 라인을 보면 C음이 나오는데 이것은 해당 마디의 화성인 A7의 기준으로 보면 b3rd에 해당하므로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음이다. 반면, 기타는 C#음을 명확하게 연주 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음역대가 아니라 기타는 하이 코드로 윗 포지션에서 C# 을 연주하고, A7 코드의 3rd 음을 배제한 중간 음역대의 오르간과 보컬 멜로디는 구역의 경계를 만들었다. 여기에다 베이스는 가장 낮은 부분에서 C를 연주하기 때문에 이 두 음은 부딪히지 않고 메이저와 마이너의 느낌이 혼재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Fig. 9. verse 4 bar


Fig.10 은 bridge의 네 마디를 나타낸 것이다. D key에서 F#m key로 바뀌는 데 명랑함에서 진지하고 비장한 분위기로 전환되는 곳이다. 이 부분은 당시 사이키델릭 록의 대표적인 밴드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의 보컬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이 직접 작곡하여 1967년 4월 1일 발표한 <Somebody To Love>의 verse부분과 매우 유사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이 부분의 드럼의 패턴은 두 곡이 동일하다. 매 박자마다 강박에 스네어 드럼, 약박에 킥 드럼이 나오는 이 리듬은 모타운의 음악에서 자주 나오는데, 메이저의 화성에서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지만 마이너의 화성에서는 긴박감을 유발한다.[7] 그런데 이 부분은 화성마저도 F#m로 일치하여 비슷한 긴장감을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의 끝부분을 흘려버리는 듯한 김추자의 창법은 그레이스 슬릭과 매우 닮아 있어 두 곡이 유사한 분위기를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8]      


Fig. 10. bridge 4 bar

Fig. 11. Jefferson Airplane : <Somebody To Love> verse 4 bar


 

3. 결론

신중현이 지금의 후배들로부터 다시 재조명 받는 이유는 그가 기타 연주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작곡 및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철학을 오롯이 담은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에 커다란 흐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울과 사이키델릭 록의 문법을 따르는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서구의 음악을 한국 사회에 토착화 시켰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당시 영향 받았던 음악을 한국적인 색채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겉모습은 서양의 음악이지만 그 속은 독특한 한국의 정서로 채워진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어떤 가치가 과잉되면 반대편에서는 결핍이 생긴다. 이것이 극에 달하면 다시 순환한다.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소리보다 사람의 감정이 들어간 음악의 가치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기는 다시 올 것이다. 역사교육의 목적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단순히 역사 사실을 아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원인, 과정 그리고 결과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올바른 미래를 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내기 위함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지금이야말로 신중현의 음악을 비롯하여 우리의 선배 음악인이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References

 [1] N. Murray, Aldous Huxley. A Biography. Hachette, 2009. 419.

 [2] http://en.wikipedia.org/wiki/Psychedelic_rock, 2014.10.

 [3] Shin soo nam., The Formation of Korea Rock Music and its Resurrection by Shin, Joong-hyun. Dankook Univ., 2004. 42.

 [4] Shin joong hyun. My guitar does not fall asleep. Heato, 2006. 116.

 [5] https://ko.wikipedia.org/wiki/Kim Jeongmi (Vocal)(2014.12)

 [6] Shin joong hyun. Shin joong hyun, Rock. Dana, 1999. 118.

 [7] Dr. Licks., Standing in the shadows of Motown; The life and music of legendary bassist James Jamerson. Hal Leonard, 1989.

 [8] Shin hyun joon., Archeology of K-pop. hangilart, 2005. 218.


함 춘 호(Chun-Ho Ham)           [종신회원]

•1986년 2월 : 시인과 촌장 데뷔

•2012년 2월 : 한국연주자협회 회장

•2013년 3월 : 기독음악인협회 회장

•2016년 9월 ~ 현재 : 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관심분야>

대중음악, 실용음악, 기타


조 태 선(Tae-Seon, Cho)           [종신회원]

•2010년 2월 : 실용음악학회회장

•2016년 5월 : 한국문화예술융합협회 회장

•2016년 6월 : 대한가수협회 학술위원회 위원장

•2016월 9월 ~ 현재 : 청운대학교 실용음악과교수

 

<관심분야>

실용음악, 보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