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degger의 '현존재(Da-Sein)'가 학교교육목표 설정에 주는 함의

 

성정민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The Implications of Heidegger's 'Da-Sein' for Establishment of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Jeong-Min Seong

Department of Education, Kongju National University

 

 

요  약  본 논문에서는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로서 인간관이 학교교육목표 설정에 주는 함의를 탐구하였다. 서구의 전통적 인간관은 이성적 인간관이다. 흄은 이미 자신의 독특한 인간관인 정념론을 통해 이성적 인간관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흄의 정서적 인간관은 이성적 인간관과 마찬가지로 기능적 인간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하이데거는 실존적 인간론을 통해 기능적 인간관을 극복하고자 하였으며, ‘현존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현존재’는 인간이라는 용어에 담긴 ‘이성적 동물’이라는 선입견을 해체하고자 하이데거가 창조한 인간을 대체한 용어이다. ‘현존재’는 실존성, 각자성, ‘세계-내-존재’라는 세 가지 성격을 갖는다. ‘현존재’의 세 가지 성격은 다음과 같이 학교교육목표 설정에 시사점을 준다. 첫째, 학교교육목표는 학생들이 자아를 지속적으로 발견해 나갈 수 있는 의미를 가진 용어로 진술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교육목표는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교교육목표는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을 내재해야 한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고려된 학교교육목표의 변화는 ‘현존재’의 의미와 관련된 측면이 있다. 하이데거의 ‘현존재’에 기반한 학교교육목표의 설정은 인간의 진정한 존재 특성을 고려하는 교육으로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Abstract  This research aimed at investigating the implications of the view of human beings of Heidegger's 'Da-Sein' on the establishment of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The traditional western view of human beings is a rational human one. Hume criticized such a rational human view already through his unique (naturalistic) view, which is a treatise of passion. However, Hume's emotional human view still remained a functional human view, which is essentially the same as the rational human view. Nevertheless, Heidegger intended to depart from the functional human view through his existential human view, suggesting a new concept of 'Da-Sein'. 'Da-Sein' is an alternative term that Heidegger created to replace the term, human, in order to dissolve the prejudice, 'animal rationale', inherent in this term. 'Da-Sein' has three characteristics, i.e. Existenzialit, Jemeinigkeit, and 'In-der-Welt-sein'. These three characteristics of 'Da-Sein' have the following implications for the establishment of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First,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should be stated in terms that have significance for the students and help them to continuously develop their self. Second,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should be realized by the students in various ways. Third,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should include a sense of universality that can be shared by the students. The current change of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in some schools which is based on the students' happiness has an aspect related to the significance of 'Da-Sein'. The establishment of the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based on Heidegger's 'Da-Sein' could open the way to education that considers the true existence characteristics of human beings.

 

Keywords : Da-Sein, school educational objective, rational human view, emotional human view, existential human view


1. 서론

교육은 인간이 인간과 행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혼자 학습할 때도 나는 나 자신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그 밖의 것들은 모두 매개물이다. 이때 교육의 대상이 되는 인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느냐에 따라서 교육의 과정과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오늘날 교육의 현실은 온통 지적 영역의 계발에만 치중함으로써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1]. 교육 실천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교육목표 또한 이성적 인간관이라는 기능적 인간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책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개혁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학생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즉, 교육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교육적 관점이 달라져 교육의 실제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수 있다.

고대 철학 뿐만 아니라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이성철학에 내재한 세계관과 인생관은 근현대교육학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2]. 즉, 서양의 고대로부터 비롯된 이성적 인간관은 현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고, 해방 후 미국의 교육에 큰 영향을 받은 한국 교육의 근간이 되어 왔다. 교육의 인간관, 즉 교사관과 학생관은 교육의 다양한 목적 및 목표를 설정하는 바탕이 된다. 이성중심의 인간관이 지배적이었던 지금까지 교육은 인간의 이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 및 목표들로 설정되어 왔다. 학교교육목표 또한 이성적 인간관에 바탕을 둔 이성중심의 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목표들로 채워져왔다. 그러나 이성중심의 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반성은 다양한 연구 결과[1][2][3][4][5]에서 주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교육에서 인간이 기투(企投)하는 삶을 추구하지 못하는 까닭을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이성적 동물로서의 인간관에서 비롯된 이성중심의 교육에서 찾고, 이에 대한 대안인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로서 인간관이 학교교육목표 설정에 주는 함의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이론적 배경에서 고대에서 근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이성적 인간관과, 이성적 인간관을 반성하고자 했던 흄을 고찰한다. 그리고 본 연구의 함의 도출을 위한 기반 개념인 하이데거의 ‘현존재’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논의 및 결론에서는 이론적 배경에서 논의된 하이데거의 ‘현존재’ 분석을 토대로 학교교육목표 설정을 위한 함의를 도출하고, 더불어 적용 사례를 제시한다.



2. 이론적 배경

2.1 이성적 인간관

고대 그리스의 인간관은 로고스(logos)적 인간관이다. 로고스적 인간관은 존재를 동물, 로고스를 가진 이성적 동물로서의 인간, 로고스를 초월한 자로서의 신으로 구별한다. 로고스는 이성, 분별을 뜻하는데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은 로고스의 유무(有無)가 된다. 그리고 로고스를 초월하기 위한 부단한 로고스적 활동은 신을 지향하는 인간의 덕으로 규정된다.

로고스적 인간관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체계화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행복이 최고선이라 함은 당연하며, 이 행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간만의 고유한 기능을 알아야 한다[6].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만의 고유한 기능’이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이 다른 존재, 즉 식물이나 동물 또는 사물들과 구분되는 것을 기능론으로 설명한다. 바꿔 설명하면 인간의 고유한 기능을 제외시키면 인간도 여타의 존재와 같아진다는 말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적 인간관은 철학으로서의 인간관을 넘어서 그의 저서 「Politika(정치학)」에서 이상적인 교육의 양태를 규정하기에 이른다. 그는 인간이 선하고 덕있게 되기 위한 세 가지 수단을 자연적인 천품, 습관, 그리고 인간 내부의 이성적 원칙으로 구분했다. 천품은 습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중립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이성적 원칙은 습관과 자연적인 충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입법자는 교육을 마련하여 습관훈련과 교육 체제를 통해 시민의 세 가지 능력이 일치되는 방향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7].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ego cogito, ergo sum)’는 언명으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생각, 즉 사유로 보았다. 데카르트는 사유를 우리가 의식하는 한에 있어서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으며, 지성(intellgere) 또는 의지(velle)나 상상(imaginari) 뿐만 아니라 감각(sentire) 또는 사유(cogitare)와 동일하다고 하였다[8]. 데카르트의 사유에 관한 생각은 「Principia Philosophiae(철학의 원리)」의 헌사 부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데카르트는 현명함에는 이성의 지각과 의지의 성향이 요구된다고 보았으며, 의지만 있다면 나름대로 현자일 수 있고, 굳은 의지와 함께 총명한 능력과 진리 인식(이성)에 대한 관심을 겸비하고 있는 사람은 가장 뛰어난 사람[8]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데카르트는 의지 위에 이성이 있다는 이성 우위의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데카르트는 ‘인간은 사유해야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사유를 인간의 특징적인 기능으로 보았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인간은 사유하지 않는 순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와 같아지게 된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이 자연 본성 자체로부터 부과된 것이라는 특수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9]. 칸트는, 이성의 인식능력이 이성의 고유한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선천적 종합판단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선천적 종합판단에 따른다는 말은, 인식능력이 대상을 따른다는 기존견해를 탈피하여 대상이 인식능력을 따른다는 의미이다[10]. 칸트는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더욱 강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라는 자아에 대해서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존재자’라 하였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칸트도 그 자아를 ‘나는 생각한다’의 주체로서, 즉 자기동일성과 불변성으로서 파악하였다[11].

아리스토텔레스 이 후 칸트와 데카르트를 비롯한 유수의 사상가들은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는 데에 의심을 품지 않고, 이를 기본전제로 하여 합리론과 인식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서구의 인간관에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다른 존재보다 우위에 서게 하기 위해서 교육의 목적은 이성적 능력 함양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 이외의 특성은 이성적 능력 함양을 위해 보조 역할을 하거나 억제되어야 하는 기능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성 중심의 인간관은 서구를 거쳐 한국에서도 신학문-서구의 학문-과 함께 대중들의 사고 기반에 뿌리 깊게 자리하게 되었고, 이는 이성 중심 교육으로 구현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성을 기반으로 한 지적능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은 중단하고 인간의 다른 가치도 고려하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4]. 하이데거의 ‘현존재’는 교육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2.2 새로운 인간관으로서 현존재

이성적 동물로서의 인간관은 하이데거에 이르러 해체된다. 서양에서는 현대에 이르러 이성 중심적인 인간관이 잘못되었다는 반성이 일어났으며, 하이데거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그러한 선입견을 해체하게 되었다[12]. 그런데 하이데거 이전에 영국의 경험론자인 흄은 이성적 인간관을 거부하고, 자신의 정념론에 입각하여 논박하였다. 본 장에서는 우선 흄의 인간관에 대해 살펴보고, 그 한계도 논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하이데거의 이성적 인간관 해체와 ‘현존재’의 의미를 살펴보겠다.


2.2.1 전통적 인간관에 대한 회의: 흄의 정념론과 그 한계

흄 자신이 설정한 철학의 과제는 ‘인간 본성 탐구로서의 인간학’을 세우는 일이다[13].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간주한 전통적 인간관의 오류를 밝히고 인간의 특성 중 정념이 이성에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흄의 철학은 인식론의 관점에서 데카르트가 제시한 근대 인식론의 과제, 즉 ‘확실성의 추구’라는 과제의 틀 안에서 출발한다[13]. 그러나 데카르트의 과제가 세계에 관한 지식이었다면, 흄의 과제는 세계의 일부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아에 대한 지식이었다[13].

흄은 지금까지의 철학이 정념과 이성의 투쟁을 이야기하며 이성을 택했고 사람은 이성에 따르는 만큼 유덕할 뿐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모든 이성적 존재가 이성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14]. 그리고 흄은 자신의 저서 「A Treatise of Human Nature(인간 본성에 대한 논고)」에서 이러한 이성 중심의 전통적 인간관의 오류를 증명하려 하였다. 그 증명의 결론은 첫째, 오직 이성만으로는 어떤 의지 활동의 동기도 될 수 없으며, 둘째, 이성은 의지의 방향을 결정할 때 결코 정념과 상반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14]. 흄은 이성이 아닌 정념이 특정 행위를 동기 유발하거나 중단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떤 행위가 최선인지를 판단하며 도덕적 선악을 구별하는 원리는 정념이라고 주장했다[15].

흄은 「논고」에서 오크나무의 예를 들어 인과관계를 통한 이성적 판단이 도덕적 판단의 증명이 되지 못함을 밝혔다. 「논고」에서 쓰인 오크나무의 예는 다 자란 자식 나무의 그늘이 어미 나무를 시들게 만드는 경우로 인간의 부모 살인과 대비를 이룬다. 만일 도덕이 오직 관계들 속에 존재한다면, 부모 살인을 특징짓는 일반적인 관계에 관한 한, 인간의 경우와 인간이 아닌 경우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우리의 도덕적 판단은 증명-이성적 판단-에 의해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 흄의 결론이다[16].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6].”고 단정지었듯이, 흄은 “이성은 정념의 노예이고 또 노예여야만 한다[14].”고 단정지었다. 그리고 이성의 기능을, 어떤 정념에 어울리는 대상의 존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과 어떤 정념을 일으키는 수단을 우리에게 제공할 정도로 원인과 결과의 연관을 드러내는 것의 두 가지로 한정지었다[14]. 흄은 「논고」에서의 이러한 검토를 통해  ‘데카르트가 생각한 이성이 우리의 인식에 확고한 토대가 된다는 주장’은 오류라는 결론에 도달한다[13].

흄은 전통적인 이성적 인간관의 오류를 주로 도덕철학적 연구를 통해 드러내었으며,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닌 정념에 의해 판단하고 실천하는 존재임을 밝혔다. 흄의 이러한 생각들에 따른다면 우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 본성의 제1원리가 정념이라면 인간은 정념을 통해 다른 존재-동식물이나 사물-들과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흄의 인간관에 따르면, 교육은 인간 욕구와 본성을 통제하는 정념으로 본 차분한 정념이나 의지의 원인이 되는 격렬한 정념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정념적인 인간을 길러내야 한다. 결국 인간은 ‘이성적 동물’에서 ‘정념적 동물’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기서 흄의 한계를 찾을 수 있다. 흄이 「논고」를 통해 이성적 인간관의 오류를 드러내 보임으로서 인간관에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연 것은 큰 성과였지만, 이성적 인간관과 마찬가지로 기능적 인간관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2.2.2 하이데거에 의한 이성적 인간관 해체

앞 절에서 논했듯이 이성적 인간관과 흄의 인간관은 기능적 인간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인간을 이성이나 정념에서 파생되는 기능적 요소들에 가두어버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은 이성적 인간관의 기능적 요소들로 인한 위험성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 획일적 교육, 학교 서열화 등을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해왔다. 이에 반해 하이데거는 이러한 기능론에 갇힌 인간이라는 용어 자체를 해체하여 ‘현존재’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낸다. 하이데거는 서양 철학 2500여년의 역사를 지배한 인간관은 ‘이성적 동물로서의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관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용어에는 두 가지 선입견이 작용한다고 보았다. 첫 번째 선입견은 생물학적인-이성적 동물이라는-전제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인간은 조온 로곤 에콘(언어의 능력이 있는 생명체)이라고 표현되었던 것이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animal rationale(이성적 동물)로 변형되었고, 그리스의 생활세계가 라틴어의 생활세계로 넘어오는 가운데 삶의 문법이 달라지면서 말도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12]. 두 번째 선입견은 신학적인 전제이다. 서양에서는 인간을 이성적인 동물이며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만들어진 존재라 규정한다[12]. 인간은 신을 지향하며, 신은 로고스(이성)적 존재로 신에게 가까워지는 것은 부단한 이성적 삶을 통해 초월적 로고스(이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제이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인간은 ‘로고스(이성)을 이미 가진 존재’로 정의되었지만, 정작 인간의 존재양식에 대해서는 애매한 채로 방치되었다[11]. 이러한 경향은 그리스도교 신학에서의 신을 향한 인간, 근세 이후의 사유하는 존재자, 근대 이후의 실험심리학 등으로 이어져오고 있다[11]. 하이데거는 이에 대해 “왜 철학이 생물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아무런 철학적 성찰 없이 계속 빌려써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12]. 하이데거는 이에 대한 자답으로 ‘현존재’를 제시한다.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체계를 가지고 어떤 것을 설명하며, 한 시대에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공통 해석의 틀이 있다[12]. ‘인간’이라는 용어의 공통 해석의 틀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전제이다. ‘현존재’라는 용어는 인간이라는 용어에 담긴 ‘이성적 동물’이라는 선입견을 해체하고자 하이데거가 창조한 인간을 대체하는 용어이다.


2.2.3 ‘현존재’의 의미

앞에서 인간은 생물학적 전제에 의해 인식되어 왔고,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없었음을 논했다. 하이데거의 인간에 대한 물음은 존재자적이지 않고, 존재론적이다. 존재자적이라 함은 사상 영역-자연, 역사, 생명, 물질, 언어 등-의 근본 구조를 경험과 해석에 맡긴다는 의미이고, 존재론적이라 함은 존재자의 근거인 존재를 사유한다는 의미이다[11].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사유-존재론적 사유-로 인해 생겨난 개념이다. ‘인간은 이러한 존재이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전재(前在)적 사유가 아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존재 근거를 사유하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존재론적 사유를 통해 도출된 개념인 것이다.

‘현존재’의 원어는 독일어 ‘Da-Sein’으로 직역하면 ‘거기-있음’이 된다. 이 용어는 생물학적 인간과 대비된다. 현대 생물학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빼버린 채 생명을 하나의 전재적 존재사실로 대체한다[11]. 그러나 ‘거기-있음’이라는 의미는 인간 개개인이 처해있는 ‘거기’에 자신의 존재양식을 갖고 ‘있는’ 실존이다. “현존재의 ‘본질’은 그것의 실존에 있다[17].”는 말의 의미는 현존재란 이성적이든 아니든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자라는 것이다[11].

세상 만물은 존재자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존재자들은 집, 나무, 개, 고양이와 같이 종 특유의 보편적 속성이 전재된 존재자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두 가지 면에서 다른 존재자들과 다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다른 존재자들과 달리 ‘현존재’라 규정했고, ‘현존재’의 속성을 실존성(Existenzialität)과 각자성(Jemeinigkeit)으로 표현했다.

실존성은 “현존재의 ‘본질’은 그것의 실존에 있다[17].”는 언명으로 제시된다. 현존재는 자기 자신을 항상 자기라는 실존을 통해 이해한다[17]. ‘현존재’에게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성격은, 이러저러한 플라톤적 ‘형상’을 띠는 객체적 존재의 객체적 ‘속성’ 같은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현존재에게 있을 수 있는 존재 방법이며 또한 그것 뿐이라는 것이다[17]. 즉, 보편적 속성이 전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존재가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으며 현재 생동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각자성’은 “현존재가 존재로서 관계하는 존재는 각각 나라는 존재[17]”라는 의미이다. 하이데거는 현존재에게 각자성이라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현존재를 부를 때에는 항상 ‘나는 있다’, ‘네가 있다’와 같은 인칭대명사를 붙여 말해야 한다고 하였다[17]. 즉, ‘각자성’은 “현존재는 존재하는 이러저러한 방법에 있어서 그때마다 자기의 것[17]”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이러한 물음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존재는 인간들이 각자 서로 다른 이합집산의 존재들로 공통성없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실제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성립가능한가? 하이데거도 이에 대해 고민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해서는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라는 개념으로 답할 수 있다. ‘세계-내-존재’는 현존재의 근본틀로서 현존재가 ‘세계-안에-있음’을 의미한다. ‘세계-내-존재’라는 합성어는, 만들어진 형태로 알 수 있듯이 어떤 통일적인 현상을 가리킨다[17]. 하이데거는 ‘세계-내-존재’라는 표현에 대해 세 가지 관점을 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세계 안에서’ 이 계기와 관련하여 ‘세계’의 존재론적 구조를 밝히고 세계성 자체의 이념을 규정한다는 과제의 발생, 둘째는 항상 세계-내-존재라는 방식에 의해 존재하는 ‘세계 안의 존재자’에 대해서 우리가 ‘누구’라는 말로 물을 필요가 있음, 셋째는 내-존재(안에-있음) 그 자체의 존재론적 구성의 밝혀짐이다[17]. 하이데거가 제시한 세 관점을 살펴보면, 첫째로 세계에 대한 해석이 이루어져야 하고, 둘째로 세계와 현존재인 나의 관계를 밝히고, 마지막으로 나라는 현존재 자체(내-존재)의 존재론적 해석이 이루어져야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서 하이데거는 “인식이란 세계-내-존재에 기초한 현존재의 상태이다. 그런 까닭에 먼저 세계-내-존재를 근본적 구성으로서 미리 해석해두어야 하는 것이다[17].”라는 기술로 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현존재’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존재’는 실존성과 각자성을 지닌 존재자로서,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해석하는 세계-내-존재로서 존재하며, 자신의 존재(내-존재)를 기획해 나가는 여타의 존재자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존재자이다.



3. 논의 및 결론

현대의 교육은 서구의 이성에 가려 인간의 감성 등 이성 이외의 부분을 파악하는데 매우 등한시하였다[5]. 결국 이성은 그 밖의 인성과 철저히 구분되어 교육에서 최고의 지위에 놓여졌다. 일반적인 학교의 교육목표 또한 이성, 도덕성, 감성으로 구분하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성은 지성, 학업성취, 실력UP, 핵심역량강화 등의 명칭으로 교육목표의 제1원리로 자리해왔으며, 학생들의 교육도 이성이 중심이 되어 학업성취가 가장 강조되는 교육의 형태가 통상적인 학교의 모습이었다. Table 1.은 이성 중심의 전형적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고민으로 만들어진 최근의 일부 학교교육목표의 한 예이다. Table 1.과 같이 학교교육목표에 변화를 꾀하는 학교는 주로 학생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학교교육을 계획한다.

Table 1.의 제1목표는 ‘꿈’이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기본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하위목표로 ‘자기 이해’와 이성적인 목표들, 협동과 같은 정의적 목표들이 어우러져 구성되어 있다. 이 학교의 교육계획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자기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각종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감성과 인성을 분리해 학교교육목표를 구성했다는 것은 기존과 같이 이성과 여타 인간의 특성을 분리했다는 한계가 있다.


Table 1. An example of school educational objective[18]

Keyword

Educational objective

Dream

Edification of 'competencies of self-directed life'

Emotion

Edification of 'competencies of sympathy

through communication and consideration'

Character

Edification of 'attitude and mind for happy

 life through relationship'


이렇듯 교육에서 인간관은 학교교육목표를 중심으로 한 교육적 상황 전체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근본틀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의 교육적 인간관은 국가 전체의 교육을, 학교장과 교사들의 인간관은 학교의 교육을 결정짓게 된다. 만약 ‘현존재’에 대한 인식이 교육에 근본틀로 작용한다면 학생의 실존을 고려하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하이데거의 ‘현존재’가 학교교육목표 설정에 주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교육목표는 학생들이 자아를 지속적으로 발견해 나갈 수 있는 의미를 가진 용어로 진술되어야 한다. ‘현존재’의 실존성은 인간을 규정한 절대적 보편성에 반대하여 현재 자신과 관계 맺는 생동하는 인간의 성격을 의미한다. 학교교육목표 또한 생동하는 인간의 실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로 제시된다면, 학교교육목표에서 학생들은 자아를 발견하며 성장할 수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존재’의 실존성과 관련된 실제 학교교육목표의 예들은 교육현장에서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의 일례로 “자유의지로 행동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어린이[19]”라고 제시된 학교교육목표를 찾아볼 수 있다. ‘자유의지로 행동한다’는 의미는 이미 정해진 획일적 목표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의 의미 또한 자신의 실존에 따른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렇듯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실존성이 고려된 학교교육목표의 실제 실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둘째, 학교교육목표는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존재’의 각자성은 인간들의 다양한 특성을 의미한다. 목표가 같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학교교육목표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현존재’의 각자성을 고려한 학교교육목표의 일례로 “너의 다름을 알고 인정하기[20]”라고 제시된 예가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하위 활동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특기적성교육 및 문화예술교육 등이 제시되어 있다. 하위 활동이 기존의 학교 교육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학교교육목표는 목표 자체에 ‘현존재’의 각자성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 학교교육목표는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을 내재해야 한다. ‘현존재’의 ‘세계-내-존재’로서의 성격은 실존성과 각자성을 가진 인간들이 세계 안에 함께 존재함을 의미한다. ‘세계-내-존재’로서 학생들은 “관계적 어우러짐 속에 자신을 찾아가고 남을 배려하게 되는 인간의 존재 특성[3]”을 갖는다. 세계 안에서 관계 맺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위 1%의 인재육성”과 같은 목표는 현재 학생의 실존과는 관계없이 극히 일부 학생들만이 도달 가능한 고정된 기준을 제시한 단적인 예이다. 반면, Table 1.과 같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기본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는 목표는 학생이 어떤 과정에 놓여 있든지 그 시간의 실존과 학생마다의 각자 모습을 존중받을 수 있는 목표이다. 또한 꿈에 관한 학교교육목표의 하위목표로 진로관련 목표가 제시된다면, 학생들은 각자의 진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서로 공감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아갈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이렇듯 공감하고 공유하는 활동이 가능한 목표가 세계-내-존재를 고려한 학교교육목표이다.

‘현존재’, 즉 하이데거의 존재론은 단순히 초월론적 의식, 즉 로고스적 인간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초월론적 근거를 만들어놓으려는 모든 사고 형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21]. 교육에서도 ‘현존재’는 지금까지 교육의 외적 사태만으로 구조화 된 이성 중심의 교육을 변화시켜, 인간의 진정한 존재 특성을 고려하는 교육으로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로 도출된 학교교육목표 설정을 위한 함의 세 가지가 실제 학교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준거 등으로 활용되어 학생마다의 존재적 가치를 고려한 교육이 실천되길 바란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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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Gadamer, H. G., Vernunft im Zeitalter der Wissenschaft, Frankfurt am Main, Suhrkamp, 1991.


성 정 민(Jeong-Min Seong)             [정회원]

•2013년 8월 : 공주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육학석사)

•2016년 8월 : 공주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육학박사)

•2002년 7월 ~ 현재 : 초등학교 교사

•2016년 9월 ~ 현재 : 공주대학교 및 경인교육대학교 강사

 

<관심분야>

교육과정개발이론, 교수-학습이론, 유기체철학 및 실존철학의 교육과정적 이해